브라이스 마든, 장 뤽 고다르, 그리고 카사 말라파르트

Brice Marden, Jean-Luc Godard, and Casa Malaparte

Text by 존 야우 John Yau
Translation by 박상미 Mimi Park

카사 말라파르트Casa Malaparte를 처음 여행한 것은 장-뤽 고다르의 영화 <경멸 Contempt(1963)>을 통해서였다. 브리짓 바르도와 잭 팔란스가 출연하고, 프릿츠 랭이 자기 자신을 연기한 영화였다. 1960년대 말 대학을 다닌 나는 그즈음 고다르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의 영화를 모두 찾아보기 시작했었다.

Casa Malaparte ⓒWikiarquitectura
Casa Malaparte ⓒWikiarquitectura

카사 말라파르트는 카프리섬에서 지중해를 내려다보는 가파른 절벽 위에 있는 집으로, 옥상 정원으로 이어지는 긴 계단과 같은 이 집의 건축적 특징은 영화 <경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 속에 바르도와 팔란스가 널찍한 거실로 들어간 후 쭈그려 앉아 벽난로 뒤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장면이 있다. 이런 특별한 디테일, 그러니까 거실에 앉아 탁탁 튀는 불꽃 뒤로 지중해를 바라볼 수 있는 집은 그전까지 본 적이 없었다.

그로부터 40년 이상이 흐른 후 나는 실제로 카사 말라파르트에 가볼 기회가 있었다. 그 기회란 브라이스 마든의 회화와 드로잉의 단 하루짜리 전시였다. 전시는 길쭉한 밤나무 대 위에 놓인 커다란 (벽)난로와 바다로 난 창이 있는 거실에 설치되었다. <경멸>에서 처음 보았던 인상적인 가구들이 놓여있는 거실 한켠에 앉아있으니 문득 마든의 노트북 <자살 노트(1974)>중 한 페이지가 기억났다. 그 페이지는 고다르의 <알파빌(1965)>―에디 콘스탄틴과 아나 카리나가 나오는 흑백 영화―과 관련이 있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카리나가 어둠 속에 서 있고 뭔가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이 마든의 드로잉에 영감이 되었다.

영화에서 본 공간 속에 들어와 앉아있자니, 고다르 영화 장면의 기억과 실제 장소가 뒤섞인 공간 속에서 부유하는 기분이었고, 이는 실제로 마든의 작품에 대해 생각하기에 적당한 서곡이 되어주었다. 마든의 그림과 드로잉, 판화, 무대 미술의 원천은 지금 내가 느끼는 것과 비슷하게 그가 현실 세상에 강렬하게 반응하는 순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화, 시, 동서고금의 예술작품, 수석, 그리스의 올리브나무들, 고둥 껍데기, 고대 송나라의 여요(汝窯, Ruyao), 여름날 탁자 위에서 보이는 레모네이드와 콜라가 담긴 유리잔 등 모두 예상을 뒤집는 소재들이다.

Casa Malaparte ⓒWikiarquitectura
Casa Malaparte ⓒWikiarquitectura

마든은 재료를 다루는 기술과 과정에 천착하는 대가로 알려져 있는데, 서로 다른 두 가지 가능성―금욕적인 순수를 추구하는 은둔자의 헌신과 세속적인 관능을 쫓는 쾌락주의자의 노력―을 융합한다. 이 두 가지 추동을 모두 껴안고 마든은 추상표현주의의 매우 다른 두 경향―즉 아그네스 마틴이 가지는 구조적인 엄격함과 시각적인 미묘함, 그리고 잭슨 폴록의 즉흥적인 손놀림과 유동적 재료의 사용―을 그만의 것으로 변형시켰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를 돌아보거나 노스탤지어에 빠지지 않는다. 아그네스 마틴이 금방 스러질 듯한 빛을 집요하게 구조화한 것에 잭슨 폴록의 물리적 존재감을 더한 듯하다. 마든이 그의 작업을 통해 죽 증명한 것처럼, 마틴과 폴록의 작품을 회화의 마지막인 것처럼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맞지 않다.

1966년 뉴욕 바이커트 갤러리에서 열린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50여 년의 세월 동안 마든은 회화와 드로잉의 두 장르를 개척하고 정교화시키고 확장해왔다. 카사 말라파르트에 전시한 열한 점의 작품들은 그가 최근에 취한 예상치 못한 방법론을 직접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다. 모노크롬의 평면이 미로처럼 얽혀있는, 즉흥적으로 그려진 듯한 선들과 맞닿아 있고, 그 위로 물감이 흘러내리는 구성의 작품들인데, 이들은 모두 드로잉에 바탕을 둔다(구성된 평면 위로 손의 움직임이 보이는). 그의 작업의 제목을 통해 구체적인 장소(그리스의 산토리니 섬이나 마라케시)와 미묘한 색(테르 베르트terre verte)들이 그의 주된 영감이 된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얻는 영감들이나 드로잉은 모두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과 연관된 것으로, 이 경험은 작가를 복합적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하고, 그림을 볼 때도 시각의 차원을 넘어서는 감각을 요구한다.

2015년 6월에 진행된 매트 코너스와의 대화에서 마든은 “르네상스 시대에는 언제나 테르 베르트로 그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테르 베르트를 사용한 것은 순전히 형식적인 이유였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도 있었을까? 미술가가 폴 힐스는 “그가 1978년 폼페이에 갔을 때, 붉게 칠해진 벽들 밑으로 바닥이 이 색인 것을 보았다.”고 지적했다. 테르 베르트의 역사에 관한 마든의 관심은 단순히 형식적인 영역을 벗어나 있었고, 그렇기에 본질적이고 비환원적인 것을 추구하는 미니멀한 관점과는 구분된다.

마든이 테르 베르트 색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1971년 그리스를 처음 방문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여행 이후로 마든은 <그로브 연작>이라 총칭한 회화와 드로잉 작업을 하게 되고, 1970년대 내내 이 연작을 간헐적으로 계속한다. 제목처럼 그리스의 올리브 나무들이 그 영감이었고, 그의 잘 알려진 단색 인코스틱 회화를 제작하던 시기였다. 1980년대 중반 그는 이 왁스를 사용한 단색화를 중단하고 더 묽은 미디엄 위에 서예 같은 선을 그리기 시작한다. 2007년에는 그의 서예 회화 외에 <여요 프로젝트(2007-2012)>라 불리는 단색화를 다시 그리기 시작한다. 이는 24 x 18인치 크기의 9개 캔버스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마든이 대만에서 고대 중국의 도자기, 여요 전시를 보고 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들을 보고 미술사가 데이비드 앤팜은 이렇게 썼다.

이 연하고 미묘한 색, 연한 회색과 옥색 사이에서 부유하는 듯한 이 색은 뭐라 형언하기 어렵다. 언젠가 ‘비 온 뒤 하늘색’이라고 표현되었지만, 만약 여요가 없었더라면, 마든이 선호하는 그 유명한 중간톤을 위해서 발명된 색이어야 했을 것이다.

2012년 <여요 프로젝트>를 완성한 후, 마든은 <동양의 이끼(2012-2015)>를 시작했다. 아홉 점의 단색화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연작으로, 전체 크기가 24 x 162인치이다. 아담한 크기(24 x 18인치)의 각 패널은 테르 베르트의 갈색인데, 각기 미묘하게 다른 톤을 띠고 있다. 그러나 미묘한 색이 도자기처럼 매끄럽고 단단한 표면을 갖는 여요 프로젝트와는 대조적으로 이 연작은 표면 칠이 옅어 캔버스의 표면 질감까지 보인다. 또 이 연작의 가을 색은 실제로 나무 밑동에서 자라는 이끼를 연상시킨다.

Ru Ware Project, Brice Marden, 2007-2012 ⓒMatthew Marks Gallery
Ru Ware Project, Brice Marden, 2007-2012 ⓒMatthew Marks Gallery
Eastern Moss, Brice Marden, 2012-2015 ⓒMatthew Marks Gallery
Eastern Moss, Brice Marden, 2012-2015 ⓒMatthew Marks Gallery

이 작품들의 문지른 듯한, 마모된 듯한 표면은 시간의 무게를 표현할 것일까, 아니면 작가의 부드러운 터치, 또는 미묘한 색을 향한 그의 탐색이 드러난 것일까? 갈색과 녹색은 보는 이들에게 어떤 연상 작용을 주는가? <동양의 이끼>는 다양한 해석을 낳을 수 있지만, 이 색들과 질감을 보면 마든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작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작업 다 미묘한 색이지만 <동양의 이끼>를 보고 내가 얻는 복잡한 정서는 <여요 프로젝트>와는 많이 다르다. 각 패널이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물감을 칠할 때 작가가 느낀 즐거움이 그대로 드러나 있고, 작가가 기계적으로, 습관적으로 칠한 것 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2017년에는 <동양의 이끼>에 더하여, 마든은 96 1/16 x 72인치짜리 동일한 크기의 단색화 열 점을 런던 가고시안 갤러리에서 전시했다(2017 10. 4-12. 22). 각 패널은 기성품으로 나온, 전문가용 테르 베르트 색 물감으로 칠하고, 물감을 제작한 회사의 이름을 그림 제목으로 붙였다. 우선 화면 전체에 얇은 겹의 물감을 칠하고 그 위에 정사각형을 그린 후 직사각형에서 정사각형이 차지하는 윗부분만 진하게 칠한 후 그 아래 남은 공간은 색을 더 칠하지 않고 남겨두었다.

열 개의 작품들 모두에서 그는 정사각형 부분의 색과 밀도가 만족스러울 때까지 겹겹이 칠했다. 올이 풀린 실처럼, 물감 방울들이 화면 밑부분, 색을 칠하지 않고 남겨둔 부분 위로 흘렀다. 흘러내린 물감을 보면 우리는 마든이 의도적으로 정사각형만 칠하고 그 밑부분에선 자신의 통제를 포기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마든의 성향, 즉 정확하게 통제된 방식으로 그리는 습관을 내려놓았다는 것은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삶에서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정사각형─자연에는 없는 형태─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그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마든은 카사 말라파르트에서 10개 패널로 이루어진 작품 <총합summation(2018)>을 통해 다시 테르 베르트 연작을 소개했다. 각 패널은 24 x18 인치로, <여요 프로젝트>, <동양의 이끼>와 같은 크기였고, 그 구성은 전에 제작했던 큰 작업의 구성과 동일해서─직사각형 화면 위쪽으로 정사각형이 놓인 구도였다. 물감 흘러내린 자국이 하단의 얇은 표면 위로 흐른 것도 같았다. <총합>은 작품 사이즈가 작았기 때문에 작가에겐 열 가지의 테르 베르트 색들을 나란히 붙여놓고 같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동시에 <여요 프로젝트>, <동양의 이끼>와 같은 형식이면서 그들과는 다른 구성과 표면을 보는 기회가 되었다.

실제로 마든은 통제와 우연이 함께 존재하며 긴장감을 자아내는 그림을 그린 후, 작업 세계의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빨간 그림, 검은 그림, 초록 그림(2017년, 24 1/16 x 18 1/16 인치)>으로 마든은 다시 정사각형이 위에 놓은 그 구성을 다시 했었다. <총합>에서처럼 테르 베르트를 먼저 얇게 칠했는데, 그 위의 정사각형을 검정, 빨강, 그리고 녹색으로 칠한 것이다. 나는 그가 치마부에Cimabue의 ‘예수가 못박힌 십자가Crucifix’를 염두에 두고 그린 건지 궁금했다. 테르 베르트 위에 칠한 빨간색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는가? 끝에서 흘러내린 빨간 물감 자국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핏빛, 또는 그저 빨간색, 아니면 둘 다인가? 검정과 녹색은 어떤 연상작용을 일으키는가. 그림의 하단 부분에만 물감이 흘러내리게 함으로써 마든은 그의 통제력이 한계가 있다는 사실, 그의 지식의 부족함, 그를 괴롭히는 연약한 감정을 인정한 것이다. 살아있다는 사실 그리고 물감과 색이 그에게 주는 말로 할 수 없는 즐거움을 기념하면서도 말이다.

<산토리니 1>과 <산토리니 2(2010-2018)>에서 우리는 마든의 작업 세계에서 드로잉으로 형태를 만드는 일이 그에게 얼마나 즐거움을 주는 일인지를 볼 수 있는데, 색과 빛에 대한 그의 감수성이 교차된 선과 형태를 번지게 한 것에 잘 나타난다. 이 두 그림에서 모두 그림의 하단 부분은 정사각형에서 흘러내린 물감 자국 때문에 그림의 제목인 산토리니 섬의 가파른 절벽을 생각나게 한다. <산토리니 2>는 녹색 때문에 섬의 토양에 포함되어 있을 감람석이 떠오른다. 복잡하게 얽힌 선들은 진했다가 희미해지고, 선명하게 보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불안정한 상태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듯하다고 할까.

<동양의 이끼>와 함께 마든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더 심오한 느낌을 찾아가는 그의 원숙한 시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작업, 즉 2017-2018년에 작업한 마라케시 드로잉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물감이 다해 선이 거의 사라져 안 보일 때까지 그렸다는 작가의 결정이다. 다마스크 분홍과 초록 선들이 춤추듯 움직이며 그 색이 종이에 번지는 형상을 보라. 선이 옅어지면서 거의 사라질 듯한 부분을 보라. 그 사라질 듯한 흔적을 남기면서 마든은 잡을 수 없는 감각, 그리고 내려놓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장-뤽 고다르는 말했다. “영화는 추상적인 관념을 보여주는 연속적인 장면이 아니라 순간들에 대한 표현이다.” 마든이 우리 앞에 놓은 순간은 연약하면서 가슴 아픈 것이다.

Marrakech Drawing 6, Brice Marden, 2017-2018 <br> ⓒ2018 Brice Marde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Marrakech Drawing 6, Brice Marden, 2017-2018
ⓒ2018 Brice Marde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1 “Brice Marden in Conversation with Matt Connors,” June 7, 2015, in Brice Marden (New York: Matthew Marks Gallery, 2016), p. 84
2 Paul Hills, “Marden’s Terre Verte,” in Brice Marden (London: Gagosian London, 2017), p. 8
3 David Anfam, “Slow Time,” in Brice Marden: Ru Ware, Marbles, Polke (New York: Mathew Marks Gallery, New York, 2012), p. 7.
4 https://www.interviewmagazine.com/film/new-again-jean-luc-godard]

Grove Group I, Brice Marden, 1972-1973 ⓒ2021 Brice Marde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Grove Group I, Brice Marden, 1972-1973 ⓒ2021 Brice Marde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The first time I traveled to Casa Malaparte was by way of Jean-Luc Godard’s film Contempt (1963), starring Brigitte Bardot, Jack Palance, and Fritz Lang, playing himself. This was shortly after, as a college student in the late 1960s, I had learned about Godard and began seeing every movie of his that I could.

Set on a steep cliff overlooking the Mediterranean on the island of Capri, the distinctive features of Casa Malaparte─with its reverse pyramidal stairs leading to the patio roof─play a prominent role in Contempt. In one scene, after entering the expansive living room, Bardot and Palance squat down and look through a window that is set in the back of the fireplace. I know of no other house that has this particular detail, which allows someone to gaze at the Mediterranean through crackling flames.

More than forty years later, I was able to visit the actual Casa Malaparte. The occasion was a one-day exhibition of paintings and drawings by Brice Marden, which was installed in the living room around the grand fireplace, with its long chestnut mantle and window to the sea. It was while I was sitting at the far end of the room, amid the same memorable pieces of furniture I first saw in Contempt, that I unexpectedly remembered a page from Marden’s book of notes and drawings, Suicide Notes (1974). The page had to do with Godard’s Alphaville (1965), a black-and-white film staring Eddie Constantine and Anna Karenina. I recalled, if my memory is to be trusted, that there was something about the light and dark in a scene, and about Karenina standing in the shadows, that inspired Marden to make a drawing.

Contempt, Jean-Luc Godard, 1963
Contempt, Jean-Luc Godard, 1963

Sitting in a room that I knew from a film, suspended between Godard-inflected memories and the actual place, served as the perfect prelude for thinking about Marden’s work. The sources of his painting, drawings, prints, and stage sets are likewise rooted in intense engagements with the real world─engagements that include movies, poems, art of all periods, scholar’s rocks, olive groves in Greece, seashells known as volutes, ancient Chinese Ru ware, and glasses of lemonade and Coca Cola sitting beside each other on a summer table─and they are nothing if not unpredictable.

Known for his mastery of materials, processes, and techniques, Marden seamlessly merges two divergent possibilities: the hermit’s devotion to ascetic purity and the hedonist’s commitment to earthy sensuality. The stress generated by these conflicting compulsions, pulling tightly in opposite directions, breathes a deeply felt, meditative stillness into the work. By embracing both urges, Marden has transformed two very different tendencies in Abstract Expressionism─the structural rigor and optical delicacy of Agnes Martin versus the unpremeditated gesture and material liquidity of Jackson Pollock─into something that is recognizably his, which is to say that his work neither looks backward nor indulges in nostalgia. Building upon this conjunction further, I would claim that, through his commitment to drawing and his physical engagement with the work’s surface, Marden has wedded Martin’s scrupulous structuring of evanescent light with Pollock’s physical presence in the work. As Marden’s career has proven over time, those who concluded that the work of Martin and Pollock represented end points in painting were clearly wrong.

Since his first show at Bykert Gallery, New York, in 1966, and spanning more than fifty years, Marden has developed, refined, and expanded meticulously intricate approaches to painting and drawing. The eleven works he showed at Casa Malaparte evidenced some of the unexpected directions he has taken in recent years─from monochrome surfaces bordered by drips to labyrinthine networks of improvised lines─all of which are guided by drawing(the movement of the hand across a measured surface). The titles of Marden’s works suggest that specific locales (the Greek island of Santorini and the city of Marrakech) and elusive colors (terre verte) were among his chief inspirations. The connection that these inspirations share with drawing is that each is a form of direct experience that transports the artist to the brink of a complex domain, where it is necessary to see with more than one’s eyes.

In a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Matt Connors in June 2015, Marden pointed out: “In the Renaissance they always started paintings with terre verte.” Was the reason they used terre verte purely formal? Or are there other reasons to consider? According to the art historian Paul Hills, Marden saw this color when “he visited Pompeii in 1978 – as it constitutes the planes of the floor beneath the fields of red that dominate the walls.” Marden’s interest in the history of terre verte removes it from the realm of the purely formal, thereby setting his use of it apart from the Minimalist drive towards the essential and irreducible.

Marden’s exploration of terre verte dates back to his first visit to Greece in 1971. That trip resulted in a series of paintings and drawings collectively titled “Grove Group,” which he worked on at different points throughout the 1970s. As the title suggests, Greek olive groves were the inspiration. “Grove Group” was done during the period in which Marden was known for his paintings made from monochrome encaustic. In the mid-1980s, he stopped working in waxy monochrome and began drawing a calligraphic line atop a thinner medium. In 2007, alongside his calligraphic paintings, Marden returned to monochrome in Ru Ware Project (2007-2012), a group of nine paintings, each measuring 24 by 18 inches, which he started after he saw an exhibition of ancient Chinese ceramics in Taipei. In his essay about these paintings, the art historian David Anfam wrote:

The soft hazy color is hard to describe, drifting as it does between pale gray and blue. Once typified as ‘the color of the sky after rain,’ if Ru ware did not exist, it would have to be invented as the objective correlative to the famous in-between tonalities that Marden favors.

In 2012, after completing Ru Ware Project, he began Eastern Moss (2012-2015), another series of nine monochromatic paintings that in total measured 24 by 162 inches. Each modestly scaled panel(measuring 24 by 18 inches) was a brownish hue of terre verte that differed subtly from those adjacent to it. However, in contrast to Ru Ware Project, with its tight, ceramic-like skin of indefinable color, the paint is applied in a thinner viscosity, allowing faint traces of the linen’s nub to peer through, particularly along the edges where the panels abut. Meanwhile, the autumnal colors reminded me of the moss that grows around tree trunks.

Are we to read the rubbed, seemingly eroded surface of these paintings as evidence of time’s constant pressure, or as vestiges of the artist’s gentle caress, or perhaps as proof of his pursuit of elusive color and light? And what associations do these brown-green colors trigger in the viewer? While Eastern Moss is open to interpretation, both the hues and the application of paint are somber confirmations of the way Marden has shaped his passage in time. While elusive and largely indefinable, the state of complex feeling that Eastern Moss evokes is very different from the one found in Ru Ware Project. And yet, for all of its solemnity, the pleasure of applying color manifests itself in the subtle differences among the panels. There is nothing mechanical or rote in what the artist has done.

In 2017, in addition to Eastern Moss, Marden showed ten identically sized monochromatic paintings measuring 96 1/16 by 72 inches at Gagosian in London(October 4 – December 22, 2017). Each panel was painted in a commercially available brand of artist-grade terre verte and titled after the company that manufactured it. A thin wash of the color was initially applied over the entire surface; a square was then measured off, tightly filling the upper part of the rectangular format, while leaving a wide band running along the bottom.

In each of the ten paintings, Marden applied matching layers of terre verte to the square, working until he achieved a density of color and light that satisfied him. Thin rivulets of color ran down from the square’s bottom edge into the band below, like frayed, unraveling threads. The drips reveal that Marden’s control was consciously limited to the square, and that he had deliberately relinquished his ability to determine what happened in the band. For Marden to have surrendered his well-known penchant for exactitude and control is no small thing. It amounts to an admission of how little power one has over one’s own life. He is in command of what happens inside the square – a form not found in nature – but not of what happens outside it.

Marden returned to variations on terre verte in the ten-part painting, Summation (2018), which was shown at Casa Malaparte. Each panel measures 24 by 18 inches, the same dimensions the artist used in Ru Ware Project and Eastern Moss. Compositionally, they follow the same proportion as the large terre verte paintings – a square of color above a wide band.  Rivulets and drips maculate each of the bands. The scale of Summation enabled Marden to bring the ten terre verte colors together and see them side by side. At the same time, the surface and drips distinguish Summation from both Eastern Moss and Ru Ware Project.

Santorini 2, Brice Marden, 2010-2018 <br> ⓒ2018 Brice Marde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Santorini 2, Brice Marden, 2010-2018
ⓒ2018 Brice Marden/Artists Rights Society (ARS), New York

By making paintings in which control and the lack thereof coexist in constant tension, Marden has entered a different phase of his career. In Red PaintingBlack Painting, and Green Painting (all dated 2017 and measuring 24 1/16 by 18 1/16 inches), Marden returns to the format of a square above a wide band. As in Summation, he paints the ground with a thin wash of terre verte, but in these works, Marden covers the upper square with translucent layers of black, red, or green. I cannot help but wonder if the artist had Cimabue’s Crucifix in mind. What does his application of red over terre verte stir up in us? How might we read the red drips hanging down from the bottom edge? Are they rivulets of blood or paint or both? What associations does his use of black and green stir up in us? By designating the band as the recipient of the drips and splashes, Marden recognizes the limits of his control, the incompleteness of his knowledge, and the feelings of frailty that haunts him, even as he celebrates living in time and the ineffable pleasures that paint and color bring him.

The artist’s sensitivity to light and color suffuses the network of lines and marks in the paintings Santorini 1 and Santorini 2 (both 2010-2018), which are further evidence that the pleasure of drawing and the shaping of time are central to Marden’s entire project. The gray bands along the bottom of both paintings, marked by the drips of colors he has used in the square above, call to the mind the eponymous Greek island’s steep volcanic cliffs, while the green in Santorini 2 might remind us of the presence of the mineral olivine in the island’s soil. The entangled lines – some dense and others ghostly – drift between definition and dissolution.  They evoke a precarious state that becomes all the more acute with age.

Beginning with Eastern Moss, Marden has entered the late phase of his career by reaching for ever deeper depths of feeling. One of the more striking things about the recent works – in this case the five numbered Marrakech drawings dated 2017-2018 – is the artist’s determination to continue a line even as the medium creating it empties out, fading almost into invisibility. Look at the dance of damask pink and green lines, and how the color bleeds into the paper. See where the line becomes porous or seems to vanish. In letting those marks stand, Marden recognizes both the pleasure of intangible sensations and the need to let go. Jean Luc-Godard has said, “Cinema is not a series of abstract ideas, but rather the phrasing of moments.” The moments Marden places before us are vulnerable and heartbreaking.

RELATED POSTS

상호명: (주)더클럼지플랜  대표 : 박상미  사업자등록번호 : 205-88-02028  통신판매업신고 : 2022-서울용산-0190
사업장 소재지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로 199, 4층(이태원동) 문의 : 02 – 723 – 2973, info@thomasparkgallery.com
이용약관  정기과금이용약관  개인정보취급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