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여행하게 하소서​​

Permit Me Voyage

 Text and translation by 박상미 Mimi Park

R B Kitaj, In Our Time - Towards a Better Life,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Kitaj, In Our Time - Towards a Better Life,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키타이는 1969년 “우리 시대에 In Our Time”이란 판화 연작을 제작했다. 모두 책의 표지 이미지들이다. 앤디 워홀이 판화를 한참 찍고 있을 때이니 워홀 식으로 자기 것을 한 셈이다. 자신의 서재에서 고른 책들의 이미지로 이루어진 이 연작을 두고 그는 실제로 “나의 수프 캔, 나의 리즈, 나의 전기 의자”라고 불렀다.

In 1969, R.B. Kitaj made a series of prints called In Our Time. All of them are images of book covers. In the early 60’s, Andy Warhol started his silkscreen productions of dollar bills and soup cans, so we can say that Kitaj created his own version after Warhol. The book covers used for the series were from his own library, which he called, in fact, “My soup cans, my Liz, my electric chair.”

R B Kitaj, In Our Time - London By Night,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Kitaj, In Our Time - London By Night,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하지만 키타이의 판화는 워홀의 그것과 거의 모든 면에서 달랐다. 문학적인 레퍼런스며 자전적인 연관성이며 색채와 온도까지… 워홀이 개성 없음과 의미 없음을 추구하고 표현했다면 키타이는 그 반대였다. 그에게 깊은 의미를 지니는 책들이었고, 이미지로 확대된 텍스트는 더욱 다층적인 의미를 띠게 되며, 책의 이미지에는 한 권의 책이 키타이의 손에서 낡아가며 획득한, 고유한 역사와 형태, 아우라가 담겨있다. 뛰어난 소묘가이자 화가였던 키타이는 한동안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이 연작에 집중했다. 이들은 그의 회화와는 형식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그의 전 작품의 소재와 상징들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Kitaj’s prints, however, were different from Warhol’s in almost every way. They had literary and auto-biographical references. If Warhol went after sameness and meaninglessness, what Kitaj did was quite the opposite. These books meant a lot to him, the blown-up book covers with texts acquired even more meaning, and each image had an irreplaceable aura that was made in Kitaj’s own hands. These shapes are formed or deformed over time in one’s library, not manufactured by a factory machine like a soup can. Kitaj, one of the greatest draftsmen in the history of art, focused on doing this for a while. The prints were not part of his usual practice but they are the key to understanding his oeuvre, his life.

R B Kitaj, In Our Time - Albyn,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Kitaj, In Our Time - Albyn,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그가 찍어낸 책 표지엔 책의 제목과 저자명, 출판사, 또 때로는 짧은 서평까지 찍혀있다. 하지만 글자들의 의미를 다 떠나 그의 책 이미지들은 일단 불완전한 사각형이다. 미술사의 모든 사각형을 떠올려보면, 키타이라는 작가가 어느 시점에서 이런 사각형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말레비치의 사각형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키타이의 사각형은 불완전한 기하학이며 ‘실재’보다 확대된 실재였다. 말레비치는 현실을 재현하는 압박에서 탈피하여 “사각형으로 도망갔다”고 했는데, 어쩌면 키타이에게 이 사각형들은 다른 이유의 도피처였는지도 모르겠다.

On his book covers, there are texts, of course, including book titles, names of the authors, publishers and even blurbs. If we think of all the rectangles created in art history, we can see at what point, Kitaj made a certain kind of rectangles. His rectangles give nice contrast to the ones of Malevich, for example. Kitaj’s are imperfect geometries, and representations that are realer than real. Malevich said he “sought refuge in the form of the square.” Kitaj might have done the same for a different reason.

R B Kitaj, In Our Time - Permit Me Voyage,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Kitaj, In Our Time - Permit Me Voyage,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제임스 애지의 시집 제목 <나를 여행하게 하소서 Permit me Voyage>는 키타이를 알고 나면 가슴을 찡하게 하는 문구이다. 그의 평생의 주제이자 개인적 고통의 근원은 자신이 유태인이란 사실이었고, 유태인들의 정체는 땅을 찾는 그들의 여정에서 비롯된다. 키타이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영국에서 살았는데, 영국에서의 유태인 차별은 그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상처받고 머물지 못하고 떠도는 영혼이 되어버린 것이다. 실제로 그의 1994년 테이트 갤러리 전시에 대한 혹평의 충격으로 그가 몹시 사랑하던 아내가 쓰러지더니 세상을 떠났다. 키타이는 이후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Permit Me Voyage is a poetry book by James Agee. His lifetime subject and the origin of his malaise was the fact that he was a Jew, and the identity of the Jewish is rooted in their journey to their Promised Land. Kitaj was an American expat living in England, where the discrimination of the Jewish was quite harsh. He was a lost soul where he actually stayed. His beloved wife, Sandra, died from shock after he got atrocious reviews of his exhibition at Tate Gallery. He never recovered from his wife’s death.

R B Kitaj, In Our Time - Benia Krik ,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Kitaj, In Our Time - Benia Krik ,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키타이도 키타이였지만 내가 이 작품을 주목한 데는 물론 내 개인적인 ‘여행’이 생각난 이유도 있을 것이다. 눈에 붙는 녹색의, 불완전한 사각형과 제목도 울림이 있었지만 책 표지에 쓰인 서평은 인생을 향한 아름다운 독려처럼 읽혔다. “섬세한 음악, 예리하면서도 왕성한 독창적인 마인드”을 지닐 것.

I might have thought of my own journey when I first saw this work. The title itself and the torn, green rectangular shape appealed to me but the words on Agee’s book were poignant at that point of my life.  “…fine music and a sharp, fertile originality of mind.”

 

R B Kitaj, In Our Time - Transition,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R B Kitaj, In Our Time - Transition, 1969, © The estate of R. B. Kit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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